대구가톨릭대학교 유스티노캠퍼스성유스티노신학교 대구 중구 남산동 국가유산
늦가을 햇살이 부드럽게 내리던 날, 대구 중구 남산동의 대구가톨릭대학교 유스티노캠퍼스 내 성유스티노신학교를 찾았습니다. 붉은 벽돌 건물들이 언덕 위에 단정히 줄지어 있었고, 오래된 나무들이 그늘을 드리우며 캠퍼스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성유스티노신학교는 1914년 설립된 한국 최초의 가톨릭 신학교 중 하나로, 현재 국가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대구대교구의 신부 양성을 위해 세워진 이곳은 한국 근대 천주교 교육의 중심이었습니다. 정문을 지나면 중앙에 자리한 본관 건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고딕풍의 첨탑과 붉은 벽돌, 아치형 창문이 어우러져 세월의 품격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그 안에는 조용하지만 묵직한 신앙의 시간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1. 찾아가는 길과 첫인상
성유스티노신학교는 대구지하철 2호선 명덕역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습니다. ‘유스티노캠퍼스’ 표지판을 따라 언덕을 오르면, 오래된 담장과 붉은 벽돌 건물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입구에는 “S.J. Seminary of St. Justinus”라는 영문 명패가 걸려 있었고, 주변의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교정으로 들어서자 조용한 정적이 감돌았고, 바람에 실린 종소리가 멀리서 들려왔습니다. 첫인상은 ‘차분한 엄숙함’이었습니다. 현대식 캠퍼스와는 다른, 고요하고 질서정연한 분위기가 이곳을 감싸고 있었습니다. 건물 하나하나가 오랜 세월을 견뎌온 듯 단단했고, 신학교답게 외관에서는 절제된 아름다움이 느껴졌습니다.
2. 건축 구조와 양식
성유스티노신학교 본관은 1930년대에 완공된 벽돌조 2층 건물로, 고딕리바이벌 양식의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정면 중앙에는 첨탑이 있고, 아치형 창문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습니다. 외벽은 적벽돌로 정교하게 쌓아 올려졌으며, 백색 모르타르 줄눈이 벽돌의 결을 선명히 살리고 있습니다. 지붕은 슬레이트로 덮인 박공지붕 형태로, 하늘을 향한 선이 아름답게 뻗어 있습니다. 내부는 복도형 구조로 되어 있으며, 긴 목재 창틀과 석조 계단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교실과 기숙사, 소성당이 연결되어 하나의 건축군을 이루고 있으며, 각 건물은 서로 다른 높이와 곡선을 통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실용성과 상징성을 모두 갖춘 근대 종교 건축의 전형이라 할 만했습니다.
3. 역사적 배경과 신학교의 역할
성유스티노신학교는 1914년 프랑스 파리외방전교회의 신부들에 의해 설립되었습니다. 당시 조선 천주교회의 성직자 양성이 시급했던 시기에 세워진 기관으로, 한국인 사제 교육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신학, 철학, 라틴어, 성경학 등의 정규 과정을 운영하며 많은 성직자를 배출했습니다. 일제강점기에는 탄압 속에서도 신앙과 학문을 지켜내며, 가톨릭 교육의 중심지로 자리했습니다. 1950년대 이후 대구대교구의 성직자 양성소로 확대되었고, 지금은 대구가톨릭대학교 유스티노캠퍼스 안에 통합되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안내문에는 “하느님의 뜻을 따르되, 인간의 지혜로 세상을 밝히라”는 교훈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 말이 이곳의 정체성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4. 보존 상태와 관리
성유스티노신학교는 현재도 교육기관으로 사용되지만, 건물의 원형이 매우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외벽 벽돌은 세월의 색을 간직하고 있고, 창문과 문틀은 당시의 목재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내부 바닥은 나무마루로 되어 있으며, 걷는 발걸음마다 고요한 울림이 들렸습니다. 강당과 소성당은 주기적인 보수를 통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지붕의 슬레이트는 최근 교체 작업을 거쳐 빛의 반사가 한층 부드러워졌습니다. 복도 벽면에는 설립 초기의 흑백사진과 교직자들의 초상화가 걸려 있어, 신학교의 오랜 전통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관리가 철저하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시간이 살아 있는 공간’의 감촉이 남아 있었습니다.
5. 함께 둘러보기 좋은 주변 명소
성유스티노신학교를 둘러본 후에는 인근의 계산성당과 대구제일교회 기독교역사관을 함께 방문해보길 추천합니다. 세 곳 모두 대구 근대 종교문화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유산입니다. 도보로 15분 거리에는 청라언덕이 있어, 당시 선교사들의 주거지와 근대 가옥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명덕로를 따라 내려가면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본관의 고풍스러운 건물도 이어집니다. 점심 무렵에는 남산동 카페거리의 조용한 찻집에서 커피 한 잔을 즐기며 여운을 느끼기 좋습니다. 종교, 교육, 건축이 한데 어우러진 이 지역은 대구의 근대사를 입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6. 방문 팁과 유의사항
성유스티노신학교는 현직 신학생들이 생활하는 교육 공간이기 때문에, 일반 관람은 사전 허가가 필요합니다. 다만 외부 전경은 평일 낮 시간에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해야 하며, 성당 내부는 예배 중일 때 출입이 제한됩니다. 사진 촬영은 가능하지만 인물 촬영은 삼가야 합니다. 언덕이 완만하나 경사가 있어 편한 신발을 권합니다. 봄에는 벚꽃이 캠퍼스를 감싸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하고, 겨울에는 붉은 벽돌 위로 눈이 내려 장엄한 분위기가 만들어집니다. 조용히 걷기만 해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공간이었습니다. 건물의 세부를 살펴보며 근대 가톨릭 건축의 정수를 느껴보는 것이 좋습니다.
마무리
성유스티노신학교는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신앙과 학문의 조화를 이룬 역사적 공간이었습니다. 붉은 벽돌과 아치형 창문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잔잔하게 마음을 비추었습니다. 한 세기 넘게 이어진 이곳의 시간은 여전히 느리게, 그러나 단단하게 흐르고 있었습니다. 신학교의 정문을 나서기 전 마지막으로 뒤돌아보니, 첨탑 위 십자가가 푸른 하늘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그 순간, ‘지식으로 하느님을 섬긴다’는 이곳의 정신이 자연스럽게 이해되었습니다. 다음에는 저녁 종소리가 울릴 때 찾아, 어둠 속에서 빛나는 창문 너머의 평온함을 다시 느껴보고 싶습니다. 성유스티노신학교는 대구가 간직한 ‘신앙의 시간과 건축의 품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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